작은 기부

직장인이 된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첫 월급을 받았을때는 갑자기 늘어난 수입에 기뻤고 젊은 나이에 사고싶고 먹고싶은거 맘껏 사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연애하고 결혼하고 집장만하고 나중에 아기도 낳아 길러야 하는 주변 인생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점점 쓰는 돈이 아까워 끝이 없을것 같은 저축의 길을 시작했다. 보통 남자들이 좋아하는 차라던지 술담배, 기타 밖에서 하는 여가활동에 딱히 흥미가 없는 나로선 방안에 최신 PC 하나 장만해놓으면 별로 바라는게 없어 또래에 비해 자금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지금은 결혼해서 여주같은 이쁜 아내와 토끼같이 귀여운 아들 그리고 비록 전세지만 집도 있으니 요즘같은 시대에 크게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일까 월급도 해가 갈수도 조금씩 올라갔지만 언제부터인가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에 무게에 무감각해져버렸다. 첫월급을 받았던 2007년에는 매일 월급날 통장을 확인하면서 얼마가 나가고 얼마가 공제되었는지 촉각을 곤두섰었는데 이제는 월급 맨 앞자리만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는 많은 일이 있었다. 아들이 생겨서 더 행복해졌지만 와이프의 갑작스런 희귀병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건강이 최고라고 늘 서로에게 말했지만 가장 가까운 아내가 아프게 되니 정말 뼈져리게 건강의 중요성을 느낀다. 아이가 그 작고 귀여운 얼굴을 찡그려서 목이 쉬어라 울때면 어디가 아픈게 아닌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런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그전까지는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 여기저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이제는 제법 진지해진다. 네이버 메인 한쪽의 해피빈의 도움이 필요한 조금한 썸네일 사진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 졌다. 아픈사람이면, 그것도 아이들이라면 기부를 버튼을 누르게 된다. 처음에는 솔직히 내가 기부하는 작은 돈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하면서 씁씁한 기분이 들었지만 모금함에 조금씩 쌓이는걸 보면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작은 돈이지만 해피빈과 굿네이버스에서 기부를 하고 있다. 1~2만원씩 기부할때 주저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제 무심코 마트에서 다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괜한 욕심에 샀던 후회라던가, 나중에서 내 작은 기부가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그려보면 망설여지지가 않더라.

가끔 TV 에서 나오는 션이라던가 빌게이츠 처럼 스케일 크게 기부 재단을 운영하면서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그 보답을 해야하는 당연한 생각과 함께 나도 그들 처럼 멋진 기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든다.(그럼 우선 성공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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