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10월의 첫날, 가을이다.
살랑거리는 빨간 단풍이 맘을 녹이는 나른해지는 늦은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지는 석양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쓸쓸해 보이기도 한 계절이다.
그렇게 놔주지 않던 덥고 습한 짜증을 붙여주던 여름은 이제야 사라졌다.
매년 좋아하는 가을이 되면 행복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차분해지고 좀 심하면 우울하지만 내심 이 기분이 싫지도 않다.
가을은 40대의 나를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시간은 그렇게 빨리 사라져 간다.
계획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하루하루 큰 사고 없이 평탄하게 보내고 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전쟁이나고 이런 세상이 멸망하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무난한 날이 계속되고 있어도 목적지 없이 배회하는 내 맘은 불안감을 잔뜩 품고 있다.
아니 오히려 화가 난다고나 할까.
바랬던 일들,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꿈꿨던 미래 들이 시간의 모래속으로 허무하게 빨려들어간다.
그냥 하염없이 멍하게 나의 희망들이 괴물같은 모래에 잡아 먹히는걸 보고 있으면
겉으론 태연한척 하지만 속은 건물 기둥이 하나둘 뽀개져 버리고 결국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
뭐 어때 그냥 괜찮다고 넘기는 하루도 한달이 되고 1년이 지나면 사람인지라 힘들고 무서워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몇일 아픈 허리로 방바닥 붙어있으니 더 두려워지는것 같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버리는게 아닐까하고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밝은 앞날만 생각하자고 했었는데, 시간은 나의 늙음은 나를 더욱더 큰 짐으로 누르고 있다.
발버둥 쳐봐야 힘만 빠지고 결국 숨막히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불쌍한 사슴처럼
애처로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고 순간 덮어오는 공포에 눈물이 찔금.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여기까지 흘러들어온게 나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 뭐 이런 것들의 결과일까?
힘내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내 선천적인 무능함때문일까?
나는 나름대로 힘을 냈고 노력도 했으며 무능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 세상이 바라는 눈높이에선 그냥 별로인 인간으로 평가되는것 같다.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선악의 인과율로 내가 잘못한 것때문에 벌을 받고 있나?
아니면 너무 바보처럼 헤헤 거리면 살아서 그결과가 이런것일까?
나름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설레고 앞날을 생각하기만 하면 기분 좋은 그런 날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그리운 달콤한 시간들이다.
그런데 왜 오래가지 못할까? 내 팔자가 이런걸까? 태어나면서 부터 넌 이렇게 잠깐 행복하다 나중에 힘든 인생을 살게될거야라고 누군가 속삭이는것 같다.
과거의 후회가 밀려들어 오는 가을이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재판을 받는것 처럼 조목조목 나를 괴롭힌다.
현재의 난 다음 세상을, 천국을, 신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의 나를 더욱 아끼고 소중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로직은 과감함 대신 소심함, 좋게 말하면 신중함을 우선하고 있다.
이게 생존에 더 유리하니 나서지 말고 무난하게 가늘고 길게 가라고 가이드 한다.
훗, 웃고싶다. 나를 즐겁게 해줄 많은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작은 일에는 의욕이 있고 즐겁다. 이 불씨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올라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