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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20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 2023년도 가을과 마주한다.
매일 걷는 동네길이 노랗고 빨간 그 강렬한 색으로 날 매료시킨다.
평소에 감흥없던 장소도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준영이 학교에서 동네 가을 체험 숙제로 한국학중앙연구원도 거닐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경치를 보며 가을을 소소하게나마 즐겼을텐데, 올해부터는 그게 쉽지 않다.
가는 곳마다 행복했던 추억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데, 지금의 나와 비교되고 결국 후회,아쉬움,그리움 뭐 이런 감정들도 가득차 버린다.
올 가을은 그 어느때 보다 쓸쓸하고 외롭고... 힘들다.
내년 가을에는 조금 덜 힘들고 행복해보자~

good night my kid

준영이의 주말은 아이패드와 함께하는 집돌이 모드의 시작이다.
예전 축구가 좋아 축구학원도 열심히 다녔는데, 이제 집에서 아이패드 하는걸 젤 좋아한다.
난 어느새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쥐어주고 옆에 같이 누워 폰을 만지작 거린다.
아이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낄낄 웃고, 점심으로 토스트와 꽈배기를 먹는다.
밖에 나가 축구할래? 라고 물어보면 단호히 아니 그냥 집에 있는 다고 한다.
그렇게 오후를 집에서 보내고 잠깐 백화점으로 외출하면 요즘 좋아하는 신비아파트 책을 한권 사고 바로 컴백홈.
그리고 다시 아이패드를 켜고 늦은밤 저녁으로 돈까스를 먹는다.
지금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요 녀석 잠든 뒷모습을 보면 고된 노동으로 피곤한 사람 같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코를 골고 안경을 쓴채 잠들었다.
안경을 벗기고 제대로 눕히려고 몸을 안고 들려고 하는데 들수가 없네? 언제 이렇게 무거워진거야.
오늘 하루 아이에게 내가 뭘 해줬지? 너무 방치하는게 아닌지 미안한 맘이 든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내 안에서 말하고 있지만 그냥 지금은... 당분간은... 이렇게 아이랑 널부러진 시간을 보내고 싶다.
준영아 좋은 꿈꿔~

hesitate travel

여행을 가려고 했다.
뭔가 상쾌한 바람을 쇄듯 여행을 가면 마음이 홀가분해질것 같았다.
보통 직장인들이 그렇게 여행을 가니까.
나도 그러면 되겠지 했던것 같다.
막상 여권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여행을 가지 않고 있다.
시간도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왜?
산책을 하다 어떤 유튜브가 여행을 꼬집는 말을 했다.
여행으로 견문을 넓혀? 그냥 돈지랄이지..
뭐 이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여기에 백퍼 공감은 아닌데 뚜렷한 목적없이 의미없이 마냥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앞선건 사실이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어딜가지? 혼자 거기서 무얼 할까? 내가 바랬던건 뭘까?
아니면 복잡한 생각들을 비우기위해?
솔직히 일상에서 벗어나 유랑을 하면 좋을것 같았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면 난 집돌이(homebody)다.
뭐가 부러워서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걸까?
캐나다, 북유럽 그 멋진 장관을 느끼고 싶다는건 예전 부터 있었지만 그게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걸까?
그렇게 나홀로 떠나면 그곳에 가서도 편할까?
돈을 많이 쓰면서 집에서 아빠 없이 있을 준영이를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을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여행이 또 두려워 지네.
아빠하고 손흥민 축구 보러 영국가자고,
그러려면 영어 열심히해야 한다고 꼬득이고 있는데,
이 녀석은 아 그래?  알았어. 시크하게 받아넘긴다.
이렇게 장한 녀석과 같이 떠나고 싶은데 아직 쉽지 않다.
조만간 이런 두려운 생각없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뭐 계획한건 하나도 제대로 되는게 없구나.
여행도 그중 하나가 되는것 같다.
계획했던 시간은 지나고 있고 여행이 귀찮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불과 몇달 전의 맘과 지금이 이렇게나 다르니,
내 맘도 줏대없이 흔들거리는 갈대같구나.(갈대 좋지 뭐~)

어린 아이의 놀이

놀이란 무엇일까? 그냥 쉽게 재밌게 노느것이지~ㅋ 어린시설을 회상해 보면 집앞에 동네 꼬마들이 하나둘 모여 숨바꼭질 하고, 흙장난하고, 뭐 이런것들이 생각이 난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란 문화센터 가서 수업을 듣고 직업센터 가서 체험하고 뭐 이런것들이라고 한다. 뭐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당없는 없는 아파트 생활이라 흙장난은 하기 힘들고(공원 놀이터의 흙이 그렇게 안좋다고..ㅠ) 같이 놀 애들은 다를 뭐 체험하러, 배우러 다니기에, 혼자서는 외톨이 신세가 된다. 하루 종일 집에서 놀기에는 부모도 힘들고 얘 교육상 좋지 않다고 해서 하다 못해 백화점 문화센터 가서 뭐라도 좀 들으면 좋다고 한다.
흠... 내가 이런 소리를 주위에서 들을때마다 뭔가 말할 수 없는 답답하고 반박하고 싶어도 딱히 머리속에 떠올릴것이 없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보자 글을 써본다.
우선 요즘 부모나 애들 교육자(학습지,놀이지도자... 등등)들이 입에 달고 사는말들이 몇가지가 있는데
1.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2. 요즘 수업은 놀이라서 애들도 좋아한다.
3.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여러 애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많이 다녀야 한다.
당장 생각나는것 요 정도다.
1번에 대해 말하다보면 습관적으로 나오는게 내가 어렸을적에는 한참 늦게 시작했다는둥, 내가 어렸을때는 이렇게 많은것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대답이다. 이렇게 말하면 배우자나 그들(애들 선생님, 지도자등등)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애들 지능 감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빨리 시작해야 한다. 다른아이들 보다 뒤쳐지면 어쩌냐?등의 반문을 들고 나온다. 그래 세월이 30년이 훌쩍 지났으니 교육방법이 그 질과 양도 많이 달라졌겠구나 하고 어느정도 수긍을 하면서도, 가슴 저 밑바닥부터 밀려오는 이건 아닌데, 뭔가 잘못된 듯한 마치 화장실가서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은 계속 들었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우리고 그 흐름에 어느정도 발을 맞출 필요는 있지, 근데 사람의 감성이나 지능이 그걸 무리하게 따라가는게 맞는걸까, 30년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교감 교육에 여러가지 교구들과 정말 잘 만들어진 수많은 유야 책들이 나왔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한 세대가 지나면서 그걸 바로 받아 드릴 수 있을까? 엄마 아빠는 7살 되기 전에 이렇게 많은 책들을 보지 않았는데, 이제 2살도 안된 애들은 음악이 나오는 책을 듣고, 이것저것 책에 스티커를 붙이고 또 책에서 고양이의 개의 털을 만져볼수 있는 그런 신기한 책들을 스펀지 처럼 쏙쏙 빨아 드릴까? 그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애들은 하얀 도화지라서 무엇이든 잘 그려진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tv 영재방송에서 나오는 애들은 그럴지 몰라도(이런 애들은 그게 정말 좋아서하는 극히 드문 케이스) 대부분은 그냥 굴러가는 바퀴달린 무언가를 쥐어 주면 자동차가 되고 기차가 되고 그렇게 하루종일 그 장난감을 굴리며 논다. 억지로 책을 쥐어주면서 또는 부모가 책을 읽어 주면서 애가 듣길 바라고 또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부모의 욕심이고 아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된다.
2번은... 수업 글쎄, 수업이라는 단어가 내가 생각하는 그 딱딱하고 재미없고 지루하며 나를 고통의 50분으로 몰아 두던 학창시절의 수업이 아니라고, 재밌게 애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들이 말한다. 개뿔, 수업은 수업이지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 배움속에서 재미를 알 수도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따라가는 본성이 만연한 그 어린것들에게 수업은 내가 머리속에 떠올리는 그 학창시절의 수업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백화점 문화센터가서 재밌다며 따라하기를 바라고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좋을것 같다고 했지만 우리 아이는 첫번째에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며 소리를 치고 결국 두번째 수업 초반에 중도 포기했다. 그 수업 선생님을 탓하는게 아니다. 내가 보기에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애기를 타이르고 열심히였지만 아이가 싫다고 하는걸 어쩌냐, 그 선생님이 낯설든 같이 수업을 듣던 애들과 부모들이 익숙하지 않던, 우리 아이는 공포의 울음으로 아빠 엄마를 밖으로 끌어 당겼다. 애가 받았을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싫다고 애를 억지로 수업에 들이는것도 아이 때리는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3번 지능, 감성을 넘어 사회성이라는것도 어느때부터 우리의 또다른 능력치 중하나로 추가되었다. 나같이 사회성이 없는 사람들을 칭하는 덕후, 건어물남등의 이제 신조어도 아니지만 말이 있을 정도니까. 사회성하면 흔히들 처음 생각하는것이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것을 뽑는데, 물론 이것도 맞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이 술먹고 같이 담배피는것이 아니듯이 어떤식으로 상대와 소통하느냐다. 하루에 대부분을 컴퓨터 모니터에 앞에 앉아 있는 나와 같은 직업군들뿐아니라 이제는 일상이 된 스마트폰을 출퇴근을 넘어 잠자기전까지 눈을 떼지못하고 있는것이 현재의 지구인 모습인데 이렇게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성이 없는가? 이렇게 스마트폰이 있어도, 혼자 밥먹고 놀기 좋아는 사람이 있고, 스마트폰은 잠시 접어두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가면 이런저런 취미활동을 하는 소위 외향적인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사회성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갈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있어야할 요소지만 억지로 배운다고 해서 되는것이 아니고 앞서 말한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이 다가 아니다. 나도 맨날 사회성 없다고 와이프에 구박받지만 난 내 자신이 사회성이 결렬되어 있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학창시절에 나와 맘에 맞는 몇명의 친구들과 친했고 지금도 그런 친구들과 만나는것이 좋은 어쩌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성이 결여된다는것은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주위로 깊게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놈이나 얕게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저 인도를 앞서 걸어가는 담배피는 싸가지 없는 어린녀석이 들어야 할 말이다. 아이들의 사회성은 유딩, 초딩부터 친구를 사귀면서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중요한건 얼마나 빨리 시작하는게 아니고 어떻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지, 이제 막 걸어다닐 재미를 안 어린 녀석이 백화점 문화센터간다고 배우는게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아이가 학교들어가기 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배워야 할것들에 대해서 압박을 받고 있는 시대이다. 뭐 여기저기 보고 듣고 하는것은 좋은데 잊지 말아야할것
1. 아이가 좋아하는것인지(아니면 당장 quit)
2. 아이가 재밌어하는지
3. 아이가 하고싶은데로 할 수 있는지
이 있어야 진짜 놀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가서 뭘 하던 앞에 나온 선생님을 따라하는건 그건 수업이고, 어디가서 체험을 하는것 그건 체험 학습이다. 이런 것들은 목적이 분명이 드러나는 교육이고 교육은 아이가 따라가고 배워야하는 노력이 필요한것으로 결코 놀이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놀이는 사라지고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등에 몰아놓고 아이의 앞날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정말 나쁜 습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이 떨어지는것을 노동력 감속, 경제 불안 이딴 것들에 대입하며 떠들어 대고 있다. 이런 미친 생각을 버리지 않고 멍청하고 쓸대없는 육아 정책들만 쏟아 내는 나라가 우리가 생각하는 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꾸고 있는것 같아 싫다.
이렇게 주절주절 써보면서도 자신이 한심한게 그렇다고 내가 아이를 위해 뭘해줬나, 뭘해주고 있나, 뭘해줄수 있나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의 아빠다.

준영이 보면 흥얼거리는 노래 "송골매 - 처음 본 순간"

요즘 울 아들 준영이를 보면 생각나서 자주 흥얼 거리게 되는 노래.
어쩜 이리 귀엽고 이쁜지~ 마치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9년 송골매1집에 수록된곡이다.


[송골매 - 처음 본 순간]
그대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이내 맘은 뜬구름 하늘을 훨훨 날으고

오 그대 그대와 처음 만난 그 날
이내 맘은 한없이 즐거웠네

어쩌면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살짝 웃는 그대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고울 수가 있을까
맑디 맑은 그대 두 눈이

오 이 밤 이 밤도 그대 생각에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네

그대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이내 맘은 뜬구름 하늘을 훨훨 날으고

오 그대 그대와 처음 만난 그 날
이내 맘은 한없이 즐거웠네

어쩌면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살짝 웃는 그대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고울 수가 있을까
맑디 맑은 그대 두 눈이

오 이 밤 이 밤도 그대 생각에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