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눈 온게 올해 첫눈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딴지는 접어두고...)
제법 눈이 많이 쌓였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나무에 두툼한 눈 옷이 덥혀 있다.
졸린 눈으로 아들은 와~ 눈왔다 하면서 대뜸 소원을 빈다. 리코더 시험을 안보게 해달라고.. 흠..
리코더가 그렇게 싫을까? 개인적인 욕심은 피아노도, 플룻도, 바이올린도.. 배우게 하려 했는데.
아들 등교 시키고(또래와 달리 아직 내손을 잡고 학교 정문까지 가고 싶어하는 아들이 고맙기도 하고 왠지 안쓰럽기도 하다.) 책상 앞에 앉으니 창밖의 눈 때문일까?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차분한 기분이 든다.
자동으로 켜진 유튜브에는 임윤찬의 바흐 플레이 리스트가 보인다.
When You Need a Rest : Yunchan Lim, J.S.Bach Playlist
타이틀도 참 지금에 어울린다. 플레이를 누르고 오랫만에 알리에서 산 만원대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흘려 보낸다. 익숙한 선율이 편하다.
가끔 이런 꿈을 그린다. 춥고 매섭게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유럽 어느 오두막 산장에서 밖에 휘날리는 눈보라와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모닥불을 배경삼아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눈이 주는 차가움도 있지만 그로 인해 따뜻한 곳을 찾아 모이는 몇몇의 온기가 그립고 소중한 산장이다.
평소엔 자연속에 가족의 일상으로 보내고 때론 친구들을 불러 화로 앞에 둘러 앉아 밤새워 얘기하는 생활.
생각만 해도 설렌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아침엔 제법 먹구름으로 흐리지만 그래도 차분한 분위기 였는데, 이제 해가 조금씩 보이고 나뭇가지의 눈들도 조금씩 녹아 물방울을 떨군다.
아 짧은 감성의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다. 커텐이라도 치고 좀 어둡고 늘어지는 방을 만들고 싶다.
어라. 다시 눈이 더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