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netflix 는 보통 애니만 보는데 'hot spot' 이 드라마는 2배속하지 않고 야금야금 꼼꼼히 보게 된다.
예전에 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렌타네코)'가 재밌어서 주인공으로 나온 여배우(이치카와 미카코)를 좋아했는데, 넷플릭스 핫스팟 드라마에 이치카와 미카코가 나오는 썸네일을 보고 플레이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쁜 여주인공 때문에 봤는데 1회부터 스토리가 재밌다. 일본 특유의 소소한 일상속에 녹아드는 코믹요소가 미소 수준의 웃음을 준다.
썸네일만 보고는 후지산에 UFO, 외계인등이 출현해 핫스팟이 되는 내용일거라고 예상했는데,
외계인은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닌 중년 아저씨고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하는데 뭔가 애잔하다.
외계인,미래에서온 사람,초능력자,귀신(이래서 핫스 팟ㅋ)까지 나오는데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게 코믹요소다. 나 같으면 꼬치꼬치 캐물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을텐데 주인공과 친구들은 놀라기는해도 금새 받아들이는 모습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어떻게 보면 참 재미없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일상 같은데 은근 집중하고 본다.
주인공과 외계인 아저씨의 알콩알콩한 대화와 초인적인 능력 사용등을 보면 넷플릭스에서 소개한 특징대로 기발하고 유쾌 발랄하다.
화려한 CG도 아니고 배우들간의 열정적인 연기 대결이 펼쳐지지도 않고 뭔가 단편 영화스런 분위기도 나면서 약간의 병맛 느낌도 난다.
난 이런 류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일드 '트릭(나카마유키에)'이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여주인공 나카마유키에와 신비스러운 마술, 과학적인 트릭을 병맛스러운 느낌으로 풀어냈다.(이시절 일드가 참 좋았다.)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코믹도 있지만, 여배우가 주는 편안함이 크다.
이쁜 이목구비에 차가운 도시녀도 잘 어울릴것 같은데, 예전 영화 '렌타네코'에서도 느겼지만 소탈한 일상 연기가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없었다.(뭐 이건 좋아하는 연예인이라서 그런것도 같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후지산 근처 이 마을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직장인 호텔과 마트, 거리를.. 주인공 친구들과 자주가는 카페에서 파르페도 먹어 보고 싶다.
아빠랑 같이 산책가자는 말은 흘려버리는 아들 녀석, 학교 마치고 방과후 수업에 영어학원에 저녁먹고는 숙제에 문제풀이까지 해야 하는 아들은 나가는게 힘들다고 한다. 녀석의 배를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고 싶지만 나름 힘든 일과를 보내니 안쓰러워 혼자 집을 나선다.
습한 여름에 해가 지면 기어 나와 밤길 천을 따라 걷는다. 한동안 걷지 않다 몸이 무거워 일어서기도 힘들어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집에 있는게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게 집앞 작은 천을 따라 걸었다.
1년전에는 농구에 하루 만보에 틈틈히 악기도 연주하고 제법 꽉찬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모든게 하기 싫어지고 집안에서 뒹둘다 몸이 망가져 가는걸 느꼈다.
그냥 이렇게 살지 뭐 하다가 회사를 가거나 아주 가끔 사회적? 관계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망가진 내 모습이 싫어서 최소한의 운동과 폭식에 대한 자제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싫었는데, 나가기 조차 싫었는데, 그래도 무겁게 몸을 움직이고 밖에서 몇분만 걷다보면 자동으로 두발은 움직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약간의 숨이 차고 작은 경사를 오를때면 힘을 더 주게 된다.
걷는게 이런거다. 누구에게 그 얼마나 걸었다고 숨이 차고 힘드냐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다시 걷는게 힘이 드는 순간도 있다.
걷다보면 누군가는 뛰고, 그룹지어 뛰고, 걸으면선 얘기하는 부부, 모녀,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오고 간다. 혼자 이런 사람들을 보다 천에 수북히 자란 풀과 천을 보다 아파트 건물을 보다 높은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 멀리로는 달까지 시선이 옮겨진다. 이런저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가 걷고 있는게 아닌 자동으로 움직이는 관광버스에 올라탄 느낌이 들때도 있다.
저기 까지만 갔다 유턴해서 집으로 가야지, 아니야 좀더 멀리가보자, 이렇게 일주일을 조금씩 늘리다 보면 적당한 거리가 나온다. 다시 집까지 돌아오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되는 거리, 아직 뛰는거 힘들어 싫고 그냥 통화하고, 때론 음악을 들으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긴다.
밖에 나와 걸으면 숨이차고 땀나는것 보다 참기 힘든게 잡생각이다. 안좋은 기억 안좋은 생각에 혼자 작은 소리로 된장, 씨.. 욕도 한다. 욕을 해도 나아지는건 없더라. 차라리 깊은 한숨이 도움이 된다. 한숨으로 걱정이 날아가길 바라면서 몇번이고 몰아 쉰다.
전문가나 주위에서 걷는건 도움이 안되고 뛰어야 한댄다. 뛰면 힘들어서 잡생각이 좀 덜 나려나 했는데, 몇 미터를 뛰면 무릎이 짓눌려서 금새 포기한다. 아직은 뛸때가 아닌가 보다. 그래 우선 걷기라도 잘하자, 남들 말 신경 쓰지 말고 걷는 것도 좋은 거라고 속으로 위로 한다.
이 습한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면 몸도 가볍고 좀 뛰어 다닐 수 있으려나? 아니면 다시 집에서 갤갤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오늘은 좀 걸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자.
운중천을 걷다 보면 특정 위치에 오리 삼형졔? 가족? (이 3마리의 오리 관계가 어떤지는 알수 없으나)흰색 깃털이 말끔한 오리들이 보인다. 반가워서 조금 다가가면 조금씩 도망가는데 궁둥이 뒤뚱거리며 꼭 모여 가는게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