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년차

입사한지 만 5년... 흠... 2007년의 9월 난 잔뜩 바람이 들어 있었는지 모른다...
신입으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직했다는 행복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머 요즘은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다)
처음에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이것저것 배우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약간 재밌기까지 했다.
지난 5년의 흔적을 되짚어 보면 그냥 무엇이든지 내 앞에 떨어지는 일, 시키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였다.
물론 이 일이 내가 좋아했던 것은 틀림 없고 나름 재밌고 충실히 수행을 했다.
하지만 회사는 나같은 사람의 자기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일의 종류는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다.
참고로 내 직업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그냥 개발자로 불리는 내 직업은 이름부터가 베쯔니 맘에 안든다.
건물 짓는 것도 개발이고 자동차 만드는 것도 개발이고... 개발자라는 단어에는 넘 많은 직업이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 개발자(하도 많이 개발자로 불려서 나도 개발자가 입에 붙어 버렸다ㅠㅠ)도 수 많은 갈래길이 있다.
컴퓨터전공 학생들이 듣는 교과목보다 더 다양하고 세부적으로 나뉠 수가 있다.
다행이 회사가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줄 수 있어서 3~4년간은 나름 걱정없이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돈벌이에 별로 도움이 안되서인지 팀장은 1년에 한번꼴로 교체되더니 이내 팀이 해체되고 난 새로운 팀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예전 일과는 전혀 다른 게임관련 팀에 들어오게 되었고 1년반이 지났다.
게임쪽에 와서도 팀장님이 한번 바뀌었고 지금은 이 팀 또한 폭파되고 새로운 게임쪽 팀으로 인사발령되었다.
이것 저것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했는데, 내가 있는 팀은 왜 이렇게 불운한 걸까?
5년간 나를 이끌던 팀장님들은 7번 교체되고 심지어 5명은 퇴직했다. 뭐 다들 잘 풀려서 좋은곳으로 가셔서 다행이긴 한다.
흠.. 여태까지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팀을 해체하고 다시 새팀을 만들고 하는 일이 빈번하긴 하다.
팀을 옮기면 새로운 것을 익혀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아직 젊으니까(?) 충분히 받아 들일 수 있는것 같다.
그런데 5년 동안의 나의 커리어는 엉망이 되버린게 아닌가 싶다.
팀장이 바뀔때 마다 팀장에게 나는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다시 내 평판을 쌓아야 한다.
이건 뭐 신입사원과 별반 다른지 않은 기분이다.
이제 8번째 팀장님과 또 새로운 일을 열심해야 하는데 5년전의 충만한 에너지는 반으로 떨어져버렸다.
일은 재밌는데 이것으로만 만족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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