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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장마는 미지근하게 시작됐다.

2020년 장마는 미지근하게 시작됐다.
몇일 폭염이 지나고 비가 찔끔 찔끔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진짜 비라고 할 만한 것들이 쏟아진다.

뭐 장마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물폭탄은 아직 없다.
어릴적 장마에 대한 추억은 여기저기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토사로 하수구가 막히고, 금새 동네가 종아리까지 잠길만큼의 작은 흙탕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그걸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에선 보기 힘들다.

가끔 하천이 넘칠것 같이 아슬아슬하긴 하지만~ㅋ
여름은 후덥한 그 느낌이 멀쩡한 사람을 흉폭하게 만든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모두 잘못 건드리면 금새 폭발할것 같은 지뢰들 처럼 보인다.
이런 뜨거운 긴장감을 한줄기 시원한 빗줄기가 식혀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장마는 고마운 존재다.

2020년의 시작은 코로나로 내심 원했던 방콕생활과 그로 인한 휴식같은 시간을 만들고 있다.
집에 있는 창이라는 창은 다 열고 있으면 시원한 비소리는 ASMR 이 되고 갑자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내 퀴퀴한 땀냄새를 데려간다.
숨통이 트인다고 할까? 집이라고 갑갑하지 않고 잠깐이지만 어디 깊은 산속에 놀러온 기분도 든다.
아쉽게도 이번 장마는 2~3일만에 가버린다고 하니 맑은 공기라도 입속에 머금고 곱씹어야지.
깨끗히 세수한 맑은 밤하늘에서 더욱 선명하게 반짝이는 별들이나 눈에 담아둬야 겠다.

난 여름의 그 장마, 그 폭우, 그 태풍이 좋다.
지긋지긋한 미세먼지를 지워버리고 상큼한 공기맛을 전달해주는 그 억수 같은 물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