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넋두리

마음은 한동한 싱숭생숭하다 곧 화가났고 이제 현타가 온다.
매년 2월이 되면 직장인들의 연봉협상 결과가 속속 통보된다. 협상이라는 말은 왜 쓰는지 모르겠다.
지금 회사도 벌써 5년째가 되는데, 매년 그렇듯 올해 역시 연봉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보통 이직 첫해는 이직했을때 올려받은 연봉등의 이익이 있어 좋기도 하지만 업무도 잘 모르고 배우는 입장이라 평가도 가장 낮고 보상도 거의 없을거라 생각한다.
2년째부터 조금씩 인정 받고 그에 따른 보상도 조금씩 오르길 바라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 회사가 밖에서 보기에 평판도 좋고 구직자들에게 어쩌면 꿈의 직장으로 까지 그려지는 걸 보고 있으면 무슨 배부른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몇년동안 평가는 복잡해지고 많아졌지만 그에 따른 보상 결과는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속에도 나름 그래도 괜찮게 받고 있었나 싶었는데, 최근 IT 직장들의 보상관련 뉴스나 블라인드에 뜨는 글을 보고 있으면 그게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는 얼마를 올려줬네, 어디는 어떤 보너스를 주네 하면서 코로나로 매출이 증대하고 앞으로 커갈 회사들이 하나둘 개발자들 처우와 채용에 불을 붙였다.
이런 와중 내 회사는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일도 손해 잡히지 않았다.
사람이라는게 어떻게 이렇게 간사하고 욕심쟁이냐고 속으로 말해보지만 좀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히 내 권리를 찾아가는게 뭐가 잘못되었냐는 대답이 온다.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커가고 대표에게도 호소해봤지만 대표들의 임금이 커가는 것에 비해 직원들의 보상은 사업확장과 미래 비전을 위한 투자로 지금은 여력이 없다는 대답만 듣는다.
솔직히 자본주의 시장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임원들이 맘대로 하는것에 크게 반할 수 있는 힘은 일반 직원들에겐 없다.
그나마 노조를 결성해 대항해보지만 특히 IT 업계에선 사람들 성향때문인지 그렇게 똘똘 뭉치지도 못하고 대표를 몰아부칠만한 날카로움도 없는것 같다.
뭐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40대가 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내 인생의 반은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맘이 든다.
좀더 높은 임금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이 회사에서는 삶의 질이 높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꽤 평탄한 길을 걸을것 같지만 점점 안좋아질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표나 임원들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 뭔가 사업을 벌리고 있고 그에 따른 성과도 조금은 있어 보이지만 여러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사업들에 투자로 돈이 모이질 않고 뭔가 회사가 외형만 뻥튀기 되는것 같다.
이런 뻥튀기에 지분을 소유한 임원들은 그들의 몫을 톡톡히 챙기고 있고, 일반 직원들의 보상은 점점 줄어간다.
사업을 늘리고 있으니 사람은 많이 뽑을테고 그로 인해 내 몫을 점점 줄어들테고,
무엇보다 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하는것들은 죄다 기술을 소유한 인력들에 의해 움직이는것들인데,
글세 몇몇 핵심인력들에 대해서는 아주 후한 보상이 주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새로운 도전 회사들에 비해 임금이라던지 기타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연 이런 보상체계에서 직원들은 일할 의욕이 얼마나 생길것이며 얼마나 이직없이 계속 머무를 수 있게 할까?
능력있으면 이직하고 아니면 박봉이라도 이 자리에 머물려고 할테고, 뭐 각자 상황에 따라 처신을 하겠지만은 한가지 분명한것은 경쟁회사보다 못한 보상이라면 좋은 인재는 사라지고 점점 쇄락의 길로 접어들게 뻔한다.
밖에서 보는 이 회사는 앞날이 창창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고라고 말하지만 내가 볼때는 그 알맹이는 점점 썩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더 부각되고 그로 인해 IT 수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겉으로는 매출이 증가하고 앞으로도 발전 할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IT 회사가 그렇지 않을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기존 제조,유통,금융,엔터테인먼트등도 IT 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기존의 IT 대기업들이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덩치가 커진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생각의 속도도 초기처럼 빛나지 못하는것 같다.
개인적으로 앞날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그저 그런 생각들로 움직이는 회사는 크던 작던 빨리 망해야 한다.
그래야 본보기가 되고 인재들은 새로운 회사로 흡수돼 더 좋은 회사들을 만든다.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서론이 길었다.
자 이제 나는 뭘해야 될까? 그래 이직, 이직을 해야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링크드인에 그동안 회사에서 한일을 써보면서 내가 뭐 그리 특별한 능력이 있나 다른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다. 그동안 회사 일만 하면 되고 자기 발전에 크게 신경쓰지 못했던것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시간이다.
지금 뭔가 시작하자고 하니 앞서 연봉 결과로 한동안 집중도 않되고 힘도 빠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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