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이제 막 영화가 시작햇다. 불이 꺼지고 마치 어두 컴컴한 동굴 속의 원시인들처럼
모두들 스크린의 빛이 신기한듯 쳐다본다.
내 의자는 비좁아 편하지는 않지만 시원시원한 영상이
내 몸둥이가 아픔을 모르도록 유혹하고,
쩌렁쩌렁한 사운드가 날 몽롱하게 만들어 놓아
자리의 불평은 머리속에서 사라벼 버린다.
모두들 영화에 빠져들면 난 내 옆자리의 공백이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
아무도 앉지 않는 그 자리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허전함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내 눈길은 그 화려한 영상에서 벗어나고,
천둥번개처럼 들리던 그 영화소리도 못듣는 귀먹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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